[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판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넘어가고 있다”며 “차량 상품성을 소프트웨어가 결정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이 인포테인먼트를 넘어 안전과 주행까지 관장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사진=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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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최근 완성차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속속 탑재하면서, 상상 속 ‘소통하는 자동차’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봤다. 이런 미래는 올해 초 열린 CES 2024에서 구체화했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일제히 ‘미래 기술’로 생성형 AI를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다.
폭스바겐은 챗GPT를, BMW는 아마존 알렉사를 각각 차량에 이식하며 새로운 SDV 서비스의 비전을 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생성형 AI를 탑재한 운영체제(OS)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이에 현대차·기아도 AI 서비스를 발 빠르게 도입한 상태다. 기아는 최근 출시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에 기아 AI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탑재했다.
이 교수는 SDV 시대에는 인포테인먼트를 넘어 차량 안전에도 AI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전기차의 경우 차량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류값, 배터리 온도 등 각종 데이터를 다 모아 AI가 학습하고 화재 위험성이 높은 상황인지 아닌지를 찾을 수 있다”며 “빅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주행 중 최적의 상황을 찾거나 안전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의 미래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보안’이 꼽힌다. 이 교수는 “SDV 시대에는 무엇보다 차량 보안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SDV로 인해 자율주행이 보편화하고, 차량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대인 만큼 해킹으로부터 차를 지키는 것이 탑승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교수는 차량의 보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포테인먼트 등과 OS를 분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AI가 확대될 경우 주행 중 발생하는 ‘딜레마’ 상황을 대처할 기술 표준이 없다는 것이 대표적 이유다. 예를 들어 차량 브레이크가 고장 나 소프트웨어가 이를 인지했을 때, 행인 1명과 동물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지나고 있다면 AI가 어느 방향으로 차량을 인도할 것인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SDV 개발 과정에서 완성차 제조사의 보수적이고 철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안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동시에 해야 한다”며 “완성차 제조사가 연간 수백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는데, 이중 단 한 대라도 문제에 노출되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안전 운전, 안전 주행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SDV가 개발돼야 한다”며 차량용 AI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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