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동남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손 쓸 새 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 중국이 이제 한국을 새 시장으로 점찍었다. 당장 내년부터 중국 승용 전기차 업체들이 물밀듯 국내 시장으로 침투하면서 제2의 동남아, 유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올해부터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 7월 태국에 첫 동남아 공장을 완공했으며, 앞선 6월에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압도적인 동남아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일본 브랜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닛산이 최근 태국에서 2개 공장 중 1공장의 생산 일부를 줄이고 약 1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한 게 대표적이다. 스즈키는 내년 말까지 태국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미국·유럽 자동차 업체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결정하는 등 경영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인 포드는 신차 판매량에서 BYD에 처음으로 밀렸다.
한국 완성차 업계도 격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BYD는 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 승용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값싼 전기차를 출시해 점유율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BYD가 배터리 생산에서 전기차 제조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강력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결국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전략을 펼칠지 관망하며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완성차 시장 판도의 칼자루는 중국 기업이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로선 보조금 차등 지급, 제작사 입장에선 상품성·기술력 향상 외에는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이라고 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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