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전동화 전환에 나섰던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핵심 시장의 전기차 수요 둔화기가 길어지면서 투자 비용 회수가 어려워진 데다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운영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 GM 본사 사진.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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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완성차 브랜드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8월 및 11월 두 차례에 걸쳐 2000명을 해고했다. 운영비용 절감을 목표한 것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직원도 크게 줄였다.
스텔란티스도 미국에서 공장 일자리를 4000개가량 줄이겠다는 구상이며, 내년 초까지 전기차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공장 문을 닫는다. 포드는 오는 2027년까지 유럽 권역에서 4000명을 감원하고 내년 1분기에는 독일 공장 생산 물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독일 공장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상태다. 이를 놓고 폭스바겐 노사가 갈등하는 양상이다. 폭스바겐이 공장 폐쇄 및 수만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지난 3분기 폭스바겐은 전년 동기 대비 63.7% 줄어든 순이익을 기록했다.
| 폭스바겐 전기차.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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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불사하는 이유는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전기차 핵심 시장이던 유럽, 미국 수요가 크게 둔화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10월 유럽 완성차 시장은 104만1672대 규모로 작년 10월 대비 0.1% 성장했다. 다만 전기차 점유율은 작년 10월 14%에서 올해 13.2%로 줄었고, 거래량도 연초 대비 4.9% 감소한 상태다. 미국 역시 전기차 판매 성장 폭이 작아진 상태다.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은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여기에 중국 브랜드까지 신흥 시장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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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유연하게 생산·판매하는 ‘xEV’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8.1% 줄어든 반면, 하이브리드 판매는 45.4% 성장하며 수요 대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기아는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가 10%, 전기차 판매가 8.3% 각각 성장하며 고른 성장 흐름을 보였다.
다만 향후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 등에서 전기차 캐즘이 길어질 경우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적잖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책 리스크가 큰 미국 시장에서의 불안이 커지는 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당장 현대차그룹은 미국 신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까지 혼류 생산하며 불확실성에 대응하겠으나, 운영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성을 담보할 필요도 커지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제품 역량을 갖추고 있고 유연 생산 대응력 또한 높지만 미국 현지 공장을 돌리기 시작하면 운영 비용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조금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생산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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