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푸른색과 흰색의 페인트로 구성된 독특한 연석과 고저차의 서킷은 그 어떤 장소보다도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디선가 들려오는 강렬한 사운드가 시선을 끌었고, 저 멀리 붉은 차체의 거대한 쿠페가 메인 스트레이트를 질주했다.
그렇다. 렉서스의 럭셔리 그랜드 쿠페 LC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다이내믹한 레이아웃과 격렬한 리듬감의 무대레이아웃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 기준, 총 길이 4.346km의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아니 정확히는 ‘신생’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그 레이아웃을 보는 순간 드라이버의 본능을 자극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일본 스즈카 서킷을 떠올리게 하는 리드미컬한 구성과 함께 최적의 노면 상태를 자랑하는 서킷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 가장 결렬하고 압도적인 레이스,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최고 클래스인 캐딜락 6000 클래스의 주된 전장이다. 어쨌든, 레이스를 떠나서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그 자체로도 달리기 좋은 서킷이다. 그리고 이렇게 고성능 차량을 점검하고 느끼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렉서스의 초호화 그랜드 쿠페, LC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출발선에 선 렉서스 LC는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감성을 집약시킨 럭셔리 그랜드 쿠페다.
여느 중형 세단의 체격이 남부럽지 않은 4,760mm의 전장은 물론이고1,920mm의 전폭과 1,345mm의 낮은 전고가 그려내는 날렵한 실루엣은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여기에 2,870mm에 이르는 긴 휠베이스를 통해 그랜드 쿠페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다만 우려가 되는 점은 역시 무게, LC의 공차 중량은 2톤에 육박하는 1,940kg(LC500 기준)으로 분명 부담이 되는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렉서스의 컨셉, 현실이 되다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서 서 있는 LC는 그 온 몸으로 ‘내가 렉서스다’라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렉서스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스핀들 그릴과 렉서스의 ‘L’을 본 딴 라이팅은 ‘이렇게 과감하게 구성되어도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너무 과한 디자인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또 막상 ‘컨셉 디자인 그대로 양산까지 끌고 온’ 렉서스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래서 그럴까? 어느새 이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후면 디자인은 마성에 가까웠다. LFA를 닮은 것 같으면서도 현재나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보는 것 같은 그 구성, 특히 입체적인 감성으로 마무리된 리어 콤비내이션 램프를 보고 있자면 순간 그 속에 빠져들 것 같았다.
분명 혹자는 ‘너무 과한 디자인’이라 외면할 수 있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런 디자인 또 없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실루엣 그리고 그 이상의 유니크한 감성은 렉서스 LC에겐 양날의 검과 같은 치명적인 무기와 같아 보였다.
고급스럽고 아늑하게 마련된 공간도어를 열고 실내를 살펴보면 럭셔리 그랜드 쿠페의 효시와 같은 구성을 느낄 수 있다. 렉서스 고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실내 공간은 역동성 보다는 고급스러움이 먼저 느껴진다. 특히 고급스러운 드레스에서나 볼 수 있을 섬세한 드레이프 처리가 더해진 도어 트림은 탐닉의 의지를 불러 일으켰다.
아늑하면서도 운전자를 확실히 잡아주는 고급스러운 시트와 섬세하게 마감된 스티어링 휠, 인체를 고려한 센터 터널의 높이와 기어 쉬프트 레버 등 모든 것들이 고급감을 갖췄지만 그 이전에 ‘달리기 위한’ 구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덕분에 여유로운 공간에서도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다.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 센터터널 등의 버튼과 다이얼들은 직관적인 조작과 우수한 사용감을 제시했으며 드라이빙 중에도 사용성이 우수했다. 다만 터치패드의 감각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한편 렉서스를 의미하는 ‘L’자 패턴을 실내 각 부분에 배치하며 렉서스만의 스포티함 또한 강조 하였고, 최상의 사운드를 전달하는 13개의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으로 차량 전체를 감싸는 풍부한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시승에서는 그 사운드를 제대로 즐길 순 없었다.
짜릿한 드라이빙을 구현한 LC500먼저 V8 5.0L 엔진을 얹은 LC500에 올랐다. LC500은 최고 출력 477마력을 자랑하는 V8 5.0L 엔진을 탑재했다. 단조 커넥팅 로드 및 티타늄 흡기 및 배기 시스템 그리고 첨단의 엔진 기술을 적용하고 7,300RPM까지 회전시키는 경쾌함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 단 4.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뛰어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합은 서킷에서도 ‘먹어줬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 모습이었다. 정속 주행을 떠나 가속 상황에서 느껴지는 출력이 상당하다. RPM이 상승할 수록 풍부한 감성이 느껴지는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생동감이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고 있는 오른발을 계속 짓이기게 만든다.
특히 변속기와의 조합이 무척 좋아 저속은 물론 고속, 그리고 재가속 상황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변속과 출력 전달로 다음 코너를 코 앞으로 끌어 당긴다. 물론 무게감이 느껴지는 점으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랜드 쿠페’로서는 충분히 합격적을 줄 수 있는 퍼포먼스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감성적인 부분은 정말 매력적이다. RPM의 상승에 따라 느껴지는 긴장감은 물론이고 이색적인 엔진음과 배기음도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물론 다운 쉬프팅 상화에서는 강한 추임새로 더 달리고 싶은 욕심을 자극해 제한된 랩수를 채운 이후에도 계속 메인 스트레이트를 질주하게 만들었다.
차량의 무게가 상당한 편이지만 차량의 움직임은 무척 우수했다. 특히 운전자의 의도를 잘 받아내는 편이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척 좋다. 게다가 일반적인 차량이라면 언더스티어로 고생할 ‘코너의 고속 진입’ 상황에서도 전륜의 그립을 충분히 확보하며 언더스티어를 능숙하게 달래는 제어까지 더해지며 운전자를 확실히 백업한다.
게다가 자연흡기 엔진의 고르고 부드러운 출력 전개 덕에 코너를 진입하거나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과도한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이 생긴다고 해도 ‘조율할 수 있을 정도’만 후륜이 흐르기 때문에 곧바로 차량을 다잡고 원래의 페이스를 회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러한 우수한 셋업과 밸런스 등을 통해 마일리지를 쌓을 수록 랩 타임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혹자는 무게 대비 출력이 인상적이지 않다고 아쉬워할 수 있지만 조화가 좋기 때문에 전체적인 주행 성능이나 만족감이 뛰어난 차량이라 할 수 있겠다.
역동적인 하이브리드의 아이콘, LC500hLC500과의 시간을 끝낸 후 V6 엔진과 전기 모터의 조합을 더해 359마력을 확보한 LC500h에 올랐다. 사실 수치적으로 LC500에 비해 출력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곧바로 기우에 불과함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55.1kg.m의 토크를 자랑하는 LC500에 비해 LC500h이 선보이는 가속력이나 출력의 감성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100km 이상의 영역에서는 가속감이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V8 엔진과의 비교지, 차량 자체만을 본다면 LC500h 역시 매력적인 움직임과 퍼포먼스를 과시했다.
특히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초반 발진부터 고속 영역까지 꾸준히 출력이 더해지는 느낌이 기존의 하이브리드와는 다른 ‘확실한 스포츠 하이브리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운드가 LC500 보다는 확실히 여린 점이다. 이 부분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러나 LC500h 쪽이 조금 더 럭셔리 그랜드 쿠페와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의 전체적인 움직임은 부드럽고 완성도 높은 모습이다. 같은 LC지만 LC500보다 한층 다루기 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 움직임이 돋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기본적인 달리기 실력이 부족하진 않다.
차량이 추구하는 움직임이 LC500과 다르지만 그렇다고 부족하거나 아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부드러운 셋업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 노면을 확실히 지지하고 탈출 상황에서 풍부한 토크를 과시하며 다음 코너를 향한다. 그리고 배터리, 모터 등으로 인한 무게의 상승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아 산뜻한 주행이 가능했다.
뛰어난 드라이빙과 여유로운 감성을 담은 LC렉서스 LC는 LC500과 LC500h의 감성이 사뭇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묶어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점점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고성능 시장에서 분명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뛰어난 신뢰도와 그 맛은 다르지만 우수한 퍼포먼스를 과시하는 LC는 단순히 서킷을 달리는 순간 외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차량이다. 참고로 이런 감성을 제시할 수 있을 차량은 몇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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