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쉐보레 볼트 EV가 등장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제품의 경쟁력 부분에서도 1회 충전 시 383km를 달릴 수 있다는 뛰어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출력적인 부분에서도 시장의 경쟁 모델 대비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이고 초도 물량이 적어 단 두 시간 만에 소진되며 볼트 EV는 전기차 시장의 주인공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쉐보레 볼트 EV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위해 국내 전기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의 비교 시승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비교에서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동차 전문 블로거인 쭌스와 라스카도르를 섭외하여 주행에 나섰다.
383km vs 191km이번 비교 시승은 시작하기도 전에 숫자에서 판가름이 난 게임일지도 모른다. 실제 쉐보레 볼트 EV와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최근 전기차에게 가장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에서 383km와 191km로 약 두 배에 이르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한 번에 주행이 가능한 ‘범위’가 다르며 또 심리적인 안정감 역시 많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비교 시승은 제품의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운전자가 느끼는 심리적인 부분까지 확인하고 싶었다.
헤이리에서 춘천을 오가다이번 비교 시승에서는 헤이리 일대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와 전곡의 지방도로 그리고 포천 등을 지나며 강원도 춘천을 향하는 첫 번째 코스와 춘천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에서 경춘고속도로로 그리고 화도에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다시 헤이리로 돌아오는 두 번째 코스를 마련했다.
이렇게 시승 코스를 마련한 데에는 헤이리와 춘천 사이의 왕복 주행 한 번으로 산길로 이어진 국도와 정속 주행이 이어지는 고속도로의 주행 환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과 주행 거리를 약 380km 이상으로 잡아 쉐보레 볼트 EV의 경우 ‘과연 단 번에 주행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와 운전자의 심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쉐보레 볼트 EV,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춘천을 향하다헤이리에서 모든 트립 컴퓨터를 리셋하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물론 출발 전까지 완속 충전기를 통해 배터리의 전력 상태를 100%로 채워 1:1 맞대결의 정확성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라스카도르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그리고 쭌스가 볼트 EV의 스티어링 휠을 쥐었다.
심리 상태의 차이일까? 라스카도르는 자신의 운전 스타일을 언급하며 주행거리 연장을 위해 드라이빙 모드를 에코로 바꾸는 모습이었다. 반면 쭌스는 볼트 EV의 넉넉한 주행 거리를 믿는지 히팅 시트와 히티드 스티어링 휠을 모두 작동시키고 주행을 시작했다. (사실 두 블로거의 이런 행동을 알았다면 미리 차단하고 기본 드라이빙 모드와 공조기 사용에 제한을 두고 주행을 했겠지만..)
주행 시작과 함께 라스카도르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먼저 치고 나왔다. 일단 자유로까지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선행을 하는 듯 했지만 이내 그 순서는 바뀌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주행 거리를 생각하던 라스카도르의 주행이 답답한 듯 쭌스가 볼트 EV의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며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추월한 것이다.
전곡읍을 지나는 지방도를 지날 때까지는 완만한 평지가 이어지는 만큼 두 차량의 움직임은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다. 다만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점점 두꺼워지며 시야를 가릴 정도로 내리기 시작했다. 주행을 시작하고 약 한 시간 50분 정도가 지날 무렵 국도 한 켠에 있는 편의점 앞에 잠시 멈춰 드라이버 교체에 나섰다.
쉐보레 볼트 EV의 계기판에 기록되었던 연비에 고개를 기웃 거였다. 98.4km를 달리며 13.8kWh의 전력을 썼다는 것이다. 우리네 전비로 환산한다면 7.13km/kWh로 기대보다 다소 낮았기 때문이다. 다만 쭌스가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데우고 있다고 고백을 하며 효율이 다소 낮게 나온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볼트 EV가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데우며 달린 탓에 수치적으로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우위를 점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96.3km의 주행 거리를 기록하며 9.2km/KWh의 전비를 과시했다. 앞으로 가능한 주행 거리로는 306km를 달릴 수 있는 볼트 EV의 절반도 안 되는 135km에 불과한 건 역시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넉넉한 출력을 과시한 볼트 EV편의점에서 잠시 쉰 후 드라이버를 바꿨고, 이제 화천의 고갯길을 마주하게 됐다. 볼트 EV의 스티어링 휠을 쥔 라스카도르는 당연한 듯 선행에 나서며 고갯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볼트 EV는 150kW급 전기 모터가 내는 넉넉한 출력을 바탕으로 선두 차량의 뒤를 바짝 쫓으며 앙증 맞은 전면 디자인을 좌우로 열심히 흔들었다.
볼트 EV가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보며 ‘효율성은 괜찮을까?’라는 생각과 ‘시트랑 스티어링 휠 히팅 기능 아직 켜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반면 그 뒤에서 열심히 쫓고 있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보면서 ‘부디 고갯길에서 전비 많이 떨어지지 않길..’이라는 애처로움을 가지게 되었다.
20km 남짓한 구간을 지난 후 화천 인근에서 두 차량을 잠시 세워 전비를 확인했다. 볼트 EV는 누적 주행 거리 119.3km를 기록하며 평균 전비는 6.8km/kWh, 주행 가능 거리는 259km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아이오닉은 누적 주행 거리 116.8km를 기록하고 평균 전비와 주행 가능 거리는 각각 8.7km/kHw, 107km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유를 누린 볼트 EV와 불안 속 선방한 아이오닉 일렉트릭화천을 떠난 두 차량은 곧바로 고속화도로를 달려 춘천 IC로 진입했다. 아직 주행해야 할 거리가 60km 남짓 남아 있어 두 차량 모두 여유로웠지만 막상 머리 속에서는 ‘춘천 휴게소의 충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스티어링 휠의 쥔 쭌스 역시 비슷했던 것 같았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신매, 춘천 IC 초입, 소양강를 가르는 소양6교를 지나 고속도로에 올라 서울 방향으로 달렸다. 고속도로 위 표지판에는 서울까지의 거리가 100km까지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렸다. 아직 주행 거리에서 여유가 있는 볼트 EV라면 곧바로 서울로 갈 수 있겠지만 아이오닉 일렉트릭에게는 무리한 목표로 느껴졌다.
춘천휴게소에서의 휴식 시간첫 번째 기점인 춘천휴게소에 두 차량을 세웠다. 블로거들은 곧바로 전기차 충전소를 찾는 모습이었지만 볼트 EV의 스티어링 휠을 쥔 라스카도르는 여유 있게 충전소 옆에 차를 세우고 도어를 열었다. 그리고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곧바로 충전소 앞에 차를 세우고 충전을 준비했다.
충전을 준비하는 사이 두 차량의 계기판을 확인했다. 쉐보레 볼트 EV의 계기판에는 177km의 주행 거리가 계측되었고, 평균 연비는 15.5kHw/100km(6.45km/kWh)로 조금 더 나빠졌다. 물론 처음과 같이 시트와 스티어링 휠은 따끈따끈하게 데워지고 있었다. 참고로 주행 가능 거리는 205km(그리고 주행 패턴에 따라 241km까지)로 아직 여유가 있었다.
한편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평균 연비는 8.4km/kWh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누적 주행 거리는 173.3km로 기록되었으며 총 3시간 28분 동안 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주행 가능 거리는 55km로 통상의 내연 기관 차량이라면 ‘주유 경고’ 발령 바로 직전의 상황이었다. 어쨌든,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급속 충전을 하고 두 번째 주행을 준비했다.
히팅 시트, 스티어링 휠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실제 볼트 EV의 에너지 페이지 중 ‘에너지 사용 점수’ 부분을 살펴보면 -4.2의 에너지 사용 점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고갯길이 이어지는 어려운 주행 환경에서도 우수한 주행 테크닉을 과시한 것으로 기록되었으나 온도 설정에서 무려 -5.0점에 이르는 ‘말 그대로 낙제점’을 받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린 볼트 EV와 아이오닉 일렉트릭30분 남짓 충전을 한 후 두 번째 주행 코스인 고속도로 주행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본지의 박낙호 편집장과 김학수 기자가 볼트 EV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스티어링 휠을 쥐었다. 쉬는 시간 동안 충전을 한 덕에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 가능거리가 190km 정도까지 올라온 덕에 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곧바로 헤이리로 복귀하는 것으로 했다. 참고로 볼트 EV의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데우는 건 더 이상하지 않기로 했다.
춘천휴게소를 떠나 분기점을 거쳐 경춘고속도로에 올랐다. 하늘은 어느새 갠 탓에 시야도 넓어졌다. 두 차량 모두 전기의 힘을 빌려 여유로운 가속을 이어갔다. 경춘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려 화도 IC에서 외곽순환도로로 이동했고, ‘통행료 지옥’으로 불리는 외곽순환도로 북쪽 구간을 지났다. 양주, 고양 IC를 거쳐 자유로 IC를 통해 다시 자유로로 복귀했다.
자유로에 복귀한 후 주변 차량의 시선을 받은 볼트 EV는 최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과 볼트 EV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어쨌듯 자유로에 오른 후에는 특별한 이슈 없이 여유로운 주행을 이어가며 출발 지점이었던 헤이리 일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여유가 넘친 볼트 EV와 제 몫을 해준 아이오닉 일렉트릭시작점에서 두 차량을 세우고 최종 주행 기록을 확인하기로 했다. 먼저 쉐보레 볼트 EV는 총 315.6km의 주행 거리를 기록하며 평균 전비는 13.2kWh/100km, 즉 7.57km/kWh로 이전의 춘천휴게소까지의 주행 기록대비 대폭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역시 히팅 시트, 스티어링 휠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결과로 보였다. 그리고 여전히 153km를 더 달릴 수 있다는 점은 볼트 EV의 매력 그 자체였다.
한편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고속도로를 달리며 효율성이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었다. 8.4km/kWh의 전비는 소폭 상승하여 8.8km/kWh까지 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누적 주행 거리는 308.7km이며 주행 가능 거리는 83km로 볼트 EV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순수하게 주행 시간만 5시간 20분에 걸친 테스트를 마무리하며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었다.
심리적인 여유로움과 불안감의 사이두 차량의 주행 기록만을 살펴보면 두 차량 모두 전기차로서의 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며 제원 상의 주행 거리가 가리키는 만큼의 차이를 그대로 유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적인 효율성 대결에서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우위를 점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소 큰 차이가 있었다.
실제 쉐보레 볼트 EV는 헤이리에서 춘천휴게소까지 히팅 시트 및 스티어링 휠 기능을 사용하며 추가적인 전력’ 소모가 이뤄졌다. 게다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주행거리’의 부담으로 인해 에코 모드를 사용한 구간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볼트 EV의 평균 연비 추이를 살펴볼 때도 알 수 있다. 히팅 시트, 스티어링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후 6km/kWh 중반대의 전비를 7.57km/kWh까지 끌어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의 주행 거리가 전체 주행 거리의 2/3 수준인데 단 1/3로 누적 연비를 20% 가까이 끌어 올리는 건 ‘절대적인 효율성’에서의 경쟁력도 분명 존재한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드라이빙의 차이한편 두 차량 사이에는 드라이빙 감각에서 전해지는 차이도 있다. 사실 쉐보레 볼트 EV는 발진, 제동 시의 전기차가 고유의 감성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인 달리기 성능은 동급의 쉐보레 차량과 비슷한 감성을 가진다. 특히 경쾌하게 조율된 움직임은 전기 모터의 강인한 토크와 만나며 ‘전기차로도 즐거운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는 역시 넉넉한 출력을 자랑하는 전기모터(150kW, 204마력급)의 힘에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운전자의 주행 습관과 에코 모드를 통해 제원 상의 주행 거리보다 긴 주행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회생 제동 에너지의 제동력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지만 주행 만족도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실제 88kW(120마력)급 전기모터를 장착해 출력적인 부분에서 열세에 있다. 이번 주행에서는 효율성에 있어서는 자신보다 높은 출력을 가진 볼트 EV 보다 수치적인 우위를 점하긴 했지만 무거운 배터리를 이끌기엔 절대적인 출력의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에코 모드를 사용할 때에는 출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특히 주행 감각에 있어서도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발진, 제동 등에서 전기차 고유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지만 최근의 차량이라기 보다는 한 세대, 혹은 1.5 세대 반 전의 차량을 경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은 분명 쉐보레 볼트 EV의 절대적인 우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전기차 시대를 준비할 때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아직 부족한 점은 있지만 전기차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쉐보레 볼트 EV는 전기차의 시대가 현실이라는 것을 알리는 차량이었다. 두 차량을 경험하는 시간은 참으로 피곤했지만 그래도 미래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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