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볼보코리아가 자사의 고성능 디비전인 폴스타 라인업을 국내에 출시했다. 먼저 폴스타라는 단어가 어색한 사람도 많을 텐데 현재 폴스타는 볼보 브랜드 내에서 고성능 디비전을 담당하는 업체로 메르세데스-AMG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관계와 비슷한 관계라 할 수 있다.
1996년 출범 이후 스웨덴 대표 레이스 대회인 STCC와 투어링 카 레이스의 최고봉인 WTCC 등에 출전하며 그 명성을 쌓았던 볼보 전문 튜너로서 지난 시간 동안 파트너로서 볼보와의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그리고 지난 2015년 볼보에 인수되어 공식적인 ‘고성능 디비전’으로 자리잡았다.
한 달 전, 폴스타를 미리 만나다사실 이번 시승기는 제법 오래 묵힌 글이다. 폴스타의 공식 론칭이 있기 약 한 달 전, 볼보코리아가 인제스피디움에서 볼보의 다양한 차량들과 폴스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기자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볼보의 고성능 모델 폴스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추위를 이겨낸 모습이었다.
참고로 이번 시승의 무대가 된 인제 스피디움은 이미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는 명성이 높은 곳이다. 높은 고저차와 리드미컬한 연속 코너 그리고 긴 내리막이 운전자의 담력은 물론 드라이빙 스킬, 그리고 차량의 완성도를 확인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시승은 인스트럭터의 리드 아래 코스 인과 동시에 숏-코스 1랩, 풀-코스 1랩 그리고 숏-코스 1랩 주행 후 피트로 돌아오는 것으로 진행됐다.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인 두 폴스타이번에 경험했던 S60 폴스타와 V60 폴스타는 얼핏 보면 일반 S60이나 V60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프론트 그릴 한켠에 레벨 블루의 네모 반듯한 엠블럼, 그리고 보다 역동적인 프론트 그릴과 바디킷, 크기를 키운 리어 스포일러 등을 적용한 것이 주요 변화점이지만 워낙 다이내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R-디자인 모델과 일맥상통하여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두 폴스타는 시선을 끌지 않는다. 흔히 BMW M 모델들을 가리켜 ‘정장을 입은 스프린터’ 혹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표현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표현은 어쩌면 폴스타에게 더욱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웨덴의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레벨 블루의 선명한 컬러는 그 차체만으로도 시선을 끌지만.
실내 공간은 볼보의 기본 디자인 큐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드라이빙을 위한 아이템들이 더해졌다. 레벨 블루의 스티치를 적용한 스티어링 휠은 우수한 그립감을 자랑하며 계기판은 스포츠 모드의 붉은색 컬러링이 돋보인다. 기어 쉬프트 레버는 표면을 클리어 타입의 커버를 씌우고 그 아래 폴스타 엠블럼을 넣었다.
평소 볼보의 시트와 시트 포지션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가졌던 기자에게 두 폴스타의 시트는 황홀함 그 자체였다. 알칸타라와 가죽을 이용해 운전자의 몸을 확실히 고정시켜주고 시트 포지션이나 스티어링 휠과의 간격, 각도 등 무엇 하나 아쉬운 것이 없을 정도였다. 2열 시트 역시 제법 견고한 자세 유지를 위해 신경 쓴 흔적이 느껴졌다.
볼보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강력한 엔진두 폴스타는 기본 모델 대비 총 52개의 변화를 통해 강력함을 드러내지만 역시 보닛 아래의 엔진 변화가 시선을 끈다. 직렬 2.0L 가솔린엔진에 터보 차저와 슈퍼 차저를 하나에 담아낸 폴스타는 최고 출력 367마력과 최대 47.9kg.m의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워즈오토가 선정한 ‘2017 세계 10대 엔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강력한 엔진은 8단 기어트로닉을 거쳐 네 바퀴로 출력을 전달하는데 S60 폴스타는 정지 상태에서 단 4.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왜건 타입인 V60 폴스타는 이보다 0.1초가 늦은 4.8초 만에 주파하는 강렬한 가속력을 자랑한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대체자 S60 폴스타먼저 S60 폴스타에 올랐다. 형제 모델인 S60 폴스타나 V60 폴스타는 모두 같은 전면 디자인, 파워트레인 및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시스템을 탑재한 만큼 차체 무게가 가벼운 세단 쪽이 좀 더 드라마틱한 주행이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의 결과다. 시동을 거니 으르렁 거리는 사운드가 고성능 모델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느낌이었다.
S60 폴스타의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기고 곧바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흔히 BMW 마니아들의 브랜드의 감성이라 말하는 날카로운 엔진 리스폰스가 느껴진다.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과 함께 RPM이 상승하며 매섭게 오르는 속도는 367마력을 네 바퀴에 얼마나 손실 없이 전달하는지 기계적인 완성도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인제스피디움의 초반 오르막 구간은 사실 터보 엔진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곳이다. 기어 변속 타이밍이나 터보 랙의 부담을 안고 진입해야 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보 S60 폴스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매끄럽게 엔진을 회전시키며 감성을 자극하는 사운드를 내뿜었다. 실내로 유입되는 정도는 과한 편은 아니지만 ‘달리는 즐거움’을 강조하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단순히 발진 가속만이 전부가 아닌 추월 가속에서도 만족스러운 출력이 더해졌다. 배기량이 2.0L로 낮아졌으나 과거의 폴스타, 혹은 야마하 엔진을 무색하게 할 만큼 강렬한 출력이 S60 폴스타를 1번 코너로 밀어댔다. 특히 3,100RPM부터 5,100RPM까지 여유로운 토크는 마치 대배기량 디젤 엔진의 두터운 토크처럼 느껴져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이와 함께 높은 출력을 네 바퀴로 전달하는 8단 기어트로닉에 대한 찬사를 빼놓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빠르면서도 정교한 그리고 드라이빙에 지장이 없는 ‘출력의 재연결’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볼보의 기어트로닉 변속기는 정말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실제 S60 폴스타는 변속 속도나 수동 변속 시의 반응 등은 무척 매끄럽지만 변속이 끝나고 다시 출력이 이어지는 순간의 충격은 최소로 줄여내며 차량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억제하는 완성도 높은 모습을 선보였다.
혹자는 변속 후 강한 출력이 전달되며 시트를 ‘탕’하고 쳐주는 맛을 스포티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충격은 섬세한 주행을 이어가는 서킷이나 와인딩 코스에서는 자칫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빠르면서 부드럽고 그리고 충격이 없는 것’이야 말로 변속 관련 제어 기술 자체만으로는 더 완성도가 높은 구조가 아닐까?
차량의 움직임은 부드러움과 견고함이 조화를 이룬다. 전륜에 적용된 브렘보 6 피스톤 브레이크 시스템은 인제 스피디움 1번 코너를 파고들 때 꾸준하면서도 신뢰도 높은 제동력은 물론이고, 리드미컬한 코너 구간에서도 일률적이고 안정적인 제동력이 돋보인다. 400마력이 넘어가는 출력이라면 후륜 쪽에도 조금 더 과격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S60 폴스타의 세팅은 ‘출력에 최적화된 세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차량의 기본적인 움직임은 저속에서는 다소 단단한 느낌이지만 코너 안쪽을 파고들며 연석을 밟더라도 큰 충격이 느껴지지 않도록 부드러움을 내포했다. 올린즈에서 공급하는 뛰어난 서스펜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속도가 올라가더라도 이러한 성향은 고스란히 반영하여 ‘고급스러우면서도 다이내믹’한 감성을 여지 없이 드러낸다.
특히 연속된 코너 구간의 진입 속도가 높았을 때에도 차체 상단의 움직임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노면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감각으로 ‘다음 코너’ 그리고 ‘다음 랩’에 대한 계산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묘한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공간의 여유를 품은 다이내믹 왜건, V60 폴스타S60 폴스타의 주행이 끝나고 V60 폴스타로 갈아타고 시트를 조절했다. 사실 S60 폴스타도 기대를 했지만 V60 폴스타는 그 자체만으로도 궁금한 ‘다이내믹 왜건’이기 때문이다. 대신 루프를 길게 늘려 여유로운 트렁크 공간을 갖춘 만큼 차체의 움직임의 궤적이 더욱 커지면서 다소 둔한 움직임으로 운전의 재미가 많이 떨어질 것 같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곧바로 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알았다. 주저 없이 1번 코너 안쪽으로 파고들 수 있는 강력한 출력은 V60 폴스타에서도 여전히 느낄 수 있었고, 저속은 물론 고속 구간에서의 가속력 역시 생동감이 느껴진다. 머플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는 S60 폴스타처럼 ‘청각의 자극’이 빈약하지만 엄연히 존재감이 도드라져 계속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차량의 움직임이 둔해질 것 같다는 우려는 더욱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볼보는 애초에 왜건으로 모터스포츠를 시작했던 브랜드. V60 폴스타 역시 이러한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덕분에 V60 폴스타의 움직임은 S60 폴스타와 다른 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기민하고 탄탄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인스트럭터의 선도 아래 진행된 시승인 만큼 차량의 한계를 완전히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차량의 모든 주행 성능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자가 경험한 영역에서는 신뢰도 높은 브레이크 시스템과 서스펜션의 우수한 완성도는 왜건 타입인 V60 폴스타와 세단 타입의 S60 폴스타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서킷이 두렵지 않은 볼보 S60 폴스타, V60 폴스타볼보 S60 폴스타와 V60 폴스타는 말 그대로 서킷이 두렵지 않은 차량이었다. 기계적으로 완성도 높은 엔진을 바탕으로 우수한 출력을 자랑하며 뛰어난 변속기, 구동 시스템, 다양한 코너에서 탁월한 조율 능력을 과시하는 서스펜션 그리고 꾸준하면서도 신뢰도 높은 제동력을 느낄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무엇 하나 아쉬운 점이 없었다. 다만, 이번 시승기 추운 날에 진행된 만큼 일부 차량이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한 상태로 달렸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폴스타, 서킷 위 볼보를 섹시하기 만들다.사실 볼보는 예전부터 우수한 주행 성능을 자랑했고, 혼다 시빅 등과 함께 ‘전륜 구동’ 차량 중에서도 완성도 높고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선사하는 차량으로 평가 받았다. 그리고 이제 367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보닛 아래 품고 완성도 높은 사륜구동 시스템와 올린즈의 고성능 서스펜션 등을 갖춰 더욱 강력한 주행 성능을 품은 폴스타는 그간의 볼보가 선사했던 ‘인상적인 수준’을 넘어 ‘섹시한 존재’로 여겨질 정도다.
그렇다. 서킷 위의 폴스타는 섹시했다.사진: 김학수 기자, 볼보자동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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