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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폭등하는데 '납품단가 연동제'라니..재계 "경쟁력 약화 불가피" 우려

2022.07.07 18:11 | 손의연 기자 seyyes@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가 속도를 내면서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제화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오히려 국내 산업 생태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해외에 먹거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첫 번째 고위 당정협의를 열고 납품단가 연동제 등 도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도 지난달 17일 대기업과 중소기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를 열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은 가시화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의무적으로 납품단가에 반영하게 하는 제도다. 최근 철광석·원유·펄프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는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제화해 납품 업체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해 왔다. 원자재값 폭등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법제화를 비판하고 있다. 오히려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전체 산업계의 피해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본다. 대기업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 납품처를 찾거나 재화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제품 경쟁력을 잃어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분석한 결과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을 때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감소했다. 반면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했다.

연구원은 “대기업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중간재화로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생산비용도 상승한다”며 “대기업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재화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대기업은 납품을 통해 ‘비용 최소화’를 할 수 있고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판매 물량’을 안정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것”이라며 “비용 최소화라는 부분이 무너져 버리면 대기업은 국내 중소기업이 아니라 해외 납품업체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폭등과 더불어 재계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것도 납품단가 연동제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고임금 체제와 강성 노조의 집권 등 국내 경영 환경이 기업에 친화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중국과 겹치는 분야가 많아 국내 산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시점이기에 재계의 고민도 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한국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원자재 가격이 뛰어서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혁신을 통해 해결방법을 찾아야지, 한쪽이 피해를 감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대기업이 되면 100개가 넘는 법이 한 번에 적용되는 등 제재가 심한데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중소기업을 약자로 보고 매번 지원하는 것이 맞을까 의문이 든다”며 “대기업 갑질이나 비윤리적 거래행태는 지양해야 하지만, 대기업이 무조건 떠안고 감내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물가 안정화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실시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기업영향’ 조사에서 정부에 바라는 대책을 물은 결과 ‘전반적인 물가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답이 39.5%로 가장 많았다. 원자재 확보 지원(36.5%), 관세 인하 등 비용 부담 완화(9.5%)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납품단가의 합리적 조정 지원(9.9%)은 다른 답변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보호정책과 대기업의 손해 감수가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을 막는다는 주장은 늘 나오고 있다. 오히려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인력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한경연 관계자는 “한국 경우 대중소 기업 규모에 따라 차별 지원을 하는 특성이 있는데, 기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경향은 기업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쟁국에 비해 연구개발이나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고 이를 키워 기업이 혁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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