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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 제밥그릇 지키기 점입가경..1000억 볼모 파업 경고

2018.04.09 05:30 | 노재웅 기자 ripbird@

한국GM 노조 제밥그릇 지키기 점입가경..1000억 볼모 파업 경고
<사진=연합뉴스>
한국GM 노조 제밥그릇 지키기 점입가경..1000억 볼모 파업 경고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현재 상태가 이어지면 곧 협력사들에 줘야 할 부품대금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 부품을 받지 못하면 결국 생산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

GM본사가 부도 ‘데드라인’으로 정한 4월20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지난 6일 일반직 사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최악의 경우 이달 안으로 2조7000억원 가량의 돈이 필요한 한국GM이 자금난을 못 견뎌 철수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4월에만 2조7000억 조달자금 필요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상환을 빼고도 이달에만 약 1조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한국GM은 매달 약 3000억원의 부품대금을 협력사에 지급하고 있다. 인건비로는 보류된 성과급 720억원이 필요한 데다, 10일과 25일 각각 생산직과 일반직 직원들에게 총 1000억원 정도의 월급을 줘야한다.

또 이달 말에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600명에 위로금도 지급해야 한다. 2~3년 치 연봉으로, 평균 2억원으로만 계산해도 약 5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4월 한 달간 필요한 돈이 1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GM은 4월치 직원 월급과 협력사 부품 대금 등 4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 6000억원의 자금 문제를 해소하려면 GM본사와 산은으로부터 신규 차입이 절실하다.

차입금까지 생각하면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만기가 돌아온 7000억원 차입금은 2월말과 3월말, 이미 세 차례나 만기가 연장된 상태다. 이뿐 아니라 한국GM 감사보고서(2016년 말 기준)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8일까지 무려 9880억원의 차입금 만기도 줄줄이 돌아온다.

대부분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GM 홀딩스 LLC’ 등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한국GM이 빌린 돈으로, 이자율은 4.8~5.3% 수준이다.

GM은 ‘실사 기간 중 채권 회수 보류’ 원칙에 따라 지금까지는 만기를 계속 미뤄주고 있지만, 임단협 파행 등으로 ‘흑자 구조’를 위한 자구안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갑자기 회수에 나설 수 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한국GM은 4월에만 부품대금·인건비·차입금을 모두 합쳐 최소 2조7000억원을 조달해야한다.

한국GM 노조 제밥그릇 지키기 점입가경..1000억 볼모 파업 경고
한국GM 협력업체 300여개로 구성된 ‘한국지엠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의 비대위 대표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정부의 빠른 지원 결정과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대책 등을 요구하며 국회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협력사·대리점 파산 도미노 현상 우려

상황이 이런 데도 인건비 절감을 위한 임단협은 진전이 없고 경영 실사도 길어지고 있다.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GM이 ‘자구안 회생’에서 ‘한국사업 정리’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 안팎에서는 △완전 철수 △엔지니어링·디자인센터 등을 남긴 부분 철수 △생산시설 일부 추가 철수 △판매 기능만 잔류 등 각종 철수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군산공장 철수도 직원들에게 예고하지 않았던 것처럼, 부도나 철수와 관련된 후속 조치가 나오더라도 전격적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불안한 심정을 내비쳤다.

더 큰 문제는 한국GM의 부도 위기가 협력업체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판매 부진으로 납품물량이 급감하자 1차 협력사의 공장 가동률은 최근 50∼70%대로 하락했다.

올해 누적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20%량 감소했다. 한국GM 협력사들은 납품 대금으로 받은 60일 만기 전자어음을 3%대 금리로 할인해 운영 자금으로 쓰는데, 최근엔 금융권에서 어음 할인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 대리점도 급격하게 줄었다. 지난달 기준 전국 쉐보레 대리점은 284개로 작년 4월과 비교해 16개 줄었다. 한국GM 영업사원은 총 2545명(3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0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산은 실사 이달 말까지..노사 교섭은 안갯속

초점은 자금난 해소의 실타래가 될 노사 교섭과 실사의 마무리 시점으로 맞춰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실사는 당초 예정(5월 중순)보다 앞당겨져 이르면 이달 말 마무리될 전망이다.

노조의 사장실 점거로 드러난 극심한 노사 갈등, 직원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 협력사의 도산 우려와 대규모 실업 등을 고려하면 시간을 오래 끄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사 결과를 토대로 산업은행은 GM 본사와 한국GM의 회생 방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간다.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출자 전환하고, 산업은행이 5000억원을 투입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실사 마무리 이후에도 복지후생비 축소, 인건비 절감 등 한국GM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진척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GM에 대한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GM 노사가 자구계획에 합의하면 GM 본사가 긴급 자금을 지원해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이후 실사 결과에 따라 최대 주주인 GM과 2대 주주인 산은의 협상이 본격화한다. 산은은 이 과정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대해 15% 이상 지분율로 ‘비토(veto·거부)권’을 행사하는 권리를 앞으로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5일부터 27시간에 걸쳐 ‘쇠파이프 난동’을 동반한 사장실 점거에 나섰던 한국GM 노조는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사측은 주초 교섭 테이블을 마련하려 하지만, 노조는 오는 10일 급여 미지급 시 전 직원 투쟁 경고 메시지를 사측에 전달했다.

결국 10일(급여 지급일)을 전후로 한국GM 사태의 새 국면을 예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GM 노조 제밥그릇 지키기 점입가경..1000억 볼모 파업 경고
한국GM 노조 집행부는 5일 오후 부평공장 본관에 있는 카허 카젬(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장의 사무실을 방문해 성과급 미지급에 대한 항의를 전개했다. 한국GM 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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