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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2016.11.26 00:07 | 김학수 기자 raphy@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지난 주말 마카오에서 열린 마카오 최대의 축제 ‘제 63회 마카오 그랑프리’는 화려한 레이스카들의 치열한 접전과 박력 넘치는 주행으로 전세계 모터스포츠 팬들을 집중시켰다.

이번 마카오 그랑프리는 국제자동차연맹 FIA의 주도 하에 전세계 주요 F3 챔피언십의 선수들이 참가한 ‘2016 FIA F3 월드컵’과 FIA GT3 월드 파이널 이벤트라 할 수 있는 ‘2016 FIA GT 월드컵’이 중심을 잡았고, 지난해부터 마카오 그랑프리를 찾은 TCR이 CTCC와 함께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라는 이름으로 투어링카 레이스의 진수를 선보였다.

올해의 레이스는 운영 부분에서 일부 아쉬웠던 점이 있었으나 마카오 기아 도심 서킷으로 배경으로 한 레이스였던 만큼 경기 내용은 주어진 랩(주행 거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처절했고 레이스의 경쟁은 치열했고, 선수들의 주행은 여느 때보다 격렬했다. 그런데 이번 마카오 그랑프리는 ‘정론을 깨는 결과’가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합리적인 투어링카 레이스를 지향하는 TCR

지난 해 열린 제 62회 마카오 그랑프리에서는 그 동안 마카오에서 시즌 최종전을 열던 WTCC(월드 투어링 카 챔피언십) 대신 TCR이 새롭게 추가됐다.

TCR은 모터스포츠 팬들이라면 이미 널리 알고 있는 ‘차세대 투어링 카 레이스’의 선두주자다. FIA의 TC1 레귤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지나치게 비싼 레이스카’와 폭등한 레이스카의 가격 등으로 인한 ‘부담스러운 운영 비용’이 문제되고 있는 WTCC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레이스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TCR은 FIA의 TC3 규정을 기반으로 개발된 레이스카를 사용하는 투어링 카 레이스로 TC1 보다는낮은 등급에 포진하지만 2.0L 터보 엔진과 시퀀셜 변속기 등을 통해 WTCC에 버금가는 퍼포먼스를 갖췄다. 게다가 최대 12만 9천 유로(약 1억 6천 만원/아우디 RS3 LMS TCR ver)의 가격은 WTCCC 레이스카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시즌 운영 비용 역시 4만 유로(약 5천 만원) 수준이다.

이러한 매력으로 인해 TCR은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투어링카 레이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일률적인 레이스카 규정과 경기 운영 방식’을 통해 투어링 카 레이스 시장을 이끄는 구심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TCR이 올 해, 마카오를 찾아 중국을 대표하는 CTCC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것이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TCR, TC1에 유사한 CTCC와 함께 달리길 자처하다

TCR 인터내셔널 시리즈는 마카오 그랑프리를 앞두고 돌연 TCR 인터내셔널 ‘마카오 대회’라는 타이틀을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로 수정하고 “BTCC, ETCC 그리고 CTCC 등의 투어링 카들도 마카오 그랑프리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한다. 이 발표에 CTCC 슈퍼 2.0T 클래스의 팀들이 대회 출전 신청을 했다.

TCR의 이런 선택은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TCR은 TC3를 기반으로 하는 투어링 카 레이스이기 때문에 WTCC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TC1의 영향을 받은 WTCC 슈퍼컵 2.0T 클래스에 비해 수치 상 주행 성능이나 출력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실제 CTCC 슈퍼컵 2.0T 레이스카는 명확하게 TC1 규정에 부합하는 차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레이스카의 기본적인 골격이나 사용된 부품, 기술 등이 TC1 차량과 대부분 같다. 실제로 CTCC 슈퍼컵 2.0T에 출전하는 알렉스 휘(Alex Hui/팀워크 레이싱)는 2016 CTCC 출전 중 언론을 통해 “시트로엥 C-엘리제 2.0T 레이스카는 ‘TC1 레이스카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라며 많은 부분에서의 TC1 규정을 충족함을 설명했었다.

어쨌든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의 엔트리 등록이 마감 된 후 총 29대의 TCR 인터내셔널 및 아시아 시리즈의 레이스카들이 이름을 올렸고 CTCC에서는 슈퍼컵 2.0T 사양의 시트로엥 C-엘리제 2.0T, 아우디 A3 2.0T 등을 비롯해 총 6대 레이스카들이 출전을 결정했다. 이로써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는 TCR이 상위 클래스의 차량들에게 도전하는 그림이 되었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예상 외의 BOP 그리고 압도적인 차이

처음 한국에서 마카오로 출국하기 전 CTCC가 TCR이 함께 달린다는 이야기에 ‘BOP를 통해 두 차량 별 밸런스를 맞추거나 CTCC와 TCR를 통합 주행을 하지만 두 클래스 사이에 충분한 시간 차를 두고 경기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자를 택할 경우 ‘CTCC를 느리게 만들어서 TCR와 함께 달리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카오 그랑프리 미디어 센터에서 받은 BOP 공지문은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CTCC 레이스카 대신 TCR 레이스카에 핸디캡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공식 연습 주행을 마치고 난 후 발표된 BOP 공지문은 하위 클래스라고 생각했던 TCR 레이스카에게 20~30kg의 무게를 추가로 적재하도록 공지했고, CTCC 차량들은 60kg의 무게를 덜고 대신 지상고를 20mm 높이도록 했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그러나 BOP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예선 경기에서 CTCC 차량들은 상위 12대의 차량들이 진출할 수 있는 2차 예선에 단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치욕을 겪었다. 이에 대회 측에서는 예선이 끝나고 추가 공지를 통해 CTCC 레이스카들에게 20kg를 추가적으로 덜어내도록 지시했다. 1,310kg의 레이스카는 어느새 1,230kg까지 가벼워졌고, TCR 레이스카 대비 50kg 이상 가벼워졌다.

연습과 예선을 거치면서 CTCC 최상위 클래스라 할 수 있는 슈퍼컵 2.0T 레이스카들은 더 낮은 출력, 더 저렴한 가격의 TCR 레이스카와 정면 대결을 할 수 없다는 치욕적인 평가를 받은 셈이다. 80kg의 무게 절감이라는 어드밴티지를 얻은 결과는 어땠을까?

총 6대의 CTCC 레이스카들은 19일과 20일 이틀 간 진행된 예선과 두 번의 결승 레이스, 그러니까 총 세 번의 레이스에서 단 한 번도 포디엄에 오르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그나마 첫 번째 레이스에서 6위, 그리고 두 번째 레이스에서 10위에 오른 것이 CTCC 레이스카들의 최고 성적이었다. 어드밴티지도 TCR과의 차이를 줄일 수 없었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더 효율적이고 더 빨랐던 TCR

일전 CTCC에 참가하고 있는 한 팀의 매니저를 만나 팀 운영 예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해당 관계자는 “팀의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한 팀의 1년 운영 비용은 50억 원 수준에 이른다”라며 CTCC가 가진 ‘규모의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대 4대까지 차량을 운영하는데다가 레이스카의 가격 역시 상당한 편이기 때문에 운영 비용이 크다는 것이었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하지만 운영 비용 대비 결과는 비효율적이었다. 더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도 적게 드는 TCR의 뒤를 제대로 쫓지도 못했던 것이다. 물론 저렴한 운영 비용을 기반으로 FIA GT3 레이스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드라아버나 WTCC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TCR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겠지만 그런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마카오 그랑프리의 결과는 CTCC에게는 큰 타격으로 느껴진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TCR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경기에서 TCR의 상대적 우수성을 드러내는 것이 목표지만 막상 경기 결과는 당초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라며 “실제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CTCC 선수들이 적지 않게 당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팀워크 레이싱이나 린키 레이싱 등 TCR에 관심을 보인 팀들은 이번 경기를 통해 TCR의 매력을 더욱 크게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CTCC 측의 한 관계자 역시 “당초 예상보다 TCR 레이스카들이 무척 빨랐다”라며 “변명을 하자면 BOP를 통해 무게의 이점을 얻었지만 타이어나 연료 등 기존 CTCC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었고, 제한적인 주행을 할 수 밖에 없는 마카오 기아 도심 서킷의 특성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기는 TCR의 매력을 느낄 수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TCR의 ‘증명하는 전략’ 어디까지 이어질까?

TCR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마카오 기아 레이스 2.0T는 마치 TCR이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펼친 ‘증명하는 전략’의 압축판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투어링 카 레이스 대회인 CIT(Campionato Italiano Turismo) 2015’에는 총 네 대의 TCR 레이스카가 출전했다.

네 대의 TCR 레이스카들은 서킷에 따라 BMW M3 기반의 레이스카 등이 출전하는 대회 최고 클래스인 프리메라 디비지온(Prima Divisione)보다 효율적인 가격과 우수한 주행 성능을 뽐냈다. 그리고 2016년을 준비하는 겨울, 프리메라 디비지온은 사라지고, TCR이 주력 클래스로 성장하며 TCR 이탈리아 시리즈가 TCR의 공식 레이스로 인정되었다. 올해 TCR 이탈리아에는 총 33대의 차량들이 출전해 TCR에 대한 이탈리아 투어링 카 레이스의 뜨거운 반응을 입증했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관계자는 “TCR은 각국의 투어링 카 레이스들을 존중하되 그들과의 대결을 통해 TCR의 매력을 어필하고 TCR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라며 “이번 마카오 그랑프리는 아직 TCR 내셔널 시리즈가 형성되지 않은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모터스포츠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수첩 끝, 사족을 더하다

사실 기자 입장에서도 이번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벌어진 결과는 물론 TCR가 펼치고 있는 행보는 무척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지난 2014년 TCR의 태동 시기부터 지켜보고 또 취재하고 있는데 단 시간 내에 다양한 내셔널 시리즈와 인터내셔널 시리즈를 구축한 빠른 성장과 CTCC 등을 압도하는 기대 이상의 주행 성능 그리고 F1과 WTCC 등 선진 레이스의 다양한 강점을 집약시킨 운영 등이 돋보인다.

사실 국내에서도 이미 TCR은 그 매력을 뽐낸 적이 있다. 올해 전라남도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서킷에서 치러진 AFOS 2016에서 TCR 아시아 시리즈가 경기를 치렀다. TCR 아시아 시리즈의 레이스카들이 국내 투어링 카 레이스의 정수라 할 수 있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GT1 클래스보다 2초 이상 빠른 랩 타임을 선보였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능성’이라는 또 다른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올 시즌 GT1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의 최명길 선수가 이 날 바이퍼 닌자 레이싱(Viper Ninza Racing) 소속으로 한국 대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것이다. 당시 최명길은 구형의 TCR 레이스카를 탔고, 또 레이스카에 대한 적응조차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을 감안 한다면 ‘TCR은 더 빠르면서도 도전할 수 있는 레이스’라는 것을 알린 셈이다.

실제로 팀워크 레이싱의 오너인 알렉스 휘 역시 “포르쉐 카레라 컵, TCR 등에 출전한 최명길의 주행 외에는 아직 한국 선수들의 주행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라며 “하지만 한국에서 최명길과 비슷한 실력과 커리어를 겸비한 선수들이라면 TCR 아시아는 물론 인터내셔널 시리즈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카오 취재 수첩(3) - TCR,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CTCC를 누르다
시대의 흐름을 명확하다. 요 근래 WTCC의 인기는 사그러 들었고, 어느새 세계 투어링 카 레이스가 TCR로 빠르게 개편되고, 또 통일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즈음 고개를 돌려 국내 모터스포츠를 생각하게 된다.

매년 규정 및 운영에 대한 말이 많고 또 높은 진입 장벽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쉐보레 레이싱팀과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등 뛰어난 팀과 선수들이 출전해 수준 높은 레이스임에는 의문이 없는 ‘슈퍼레이스 GT 클래스’는 2017년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게 될지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 강현승 객원기자, 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슈퍼레이스, WT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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